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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을 건너온 역사 (30) 10. 임진강에 산 사람, 미수 허목 (1) 360년 전의 임진강 여행기

입력 : 2021-08-24 08:10:21
수정 : 2021-09-16 05:59:19

임진강을 건너온 역사 (30)

 

10. 임진강에 산 사람, 미수 허목

  (1) 360년 전의 임진강 여행기

 

닻을 내리고 한낮의 조수가 밀려들기를 기다렸다. 조수가 빠졌을 때 어부들이 배를 타고 강을 가로질러 그물을 치는 것을 구경하였다. 바닷사람이 더벅머리에 발가벗은 몸으로 배의 키를 잡자 그물이 조수를 타고 오르락내리락 하였다. 갈매기 수십 마리가 고기를 서로 잡겠다고 어지러이 나는데 사람이 있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허목. 무술주행기중에서. 이하 인용 동일)

 

교하 풍경이다. 한강과 임진강 모여 바다로 들어가는 곳. 여기부터 서해까지를 할아버지 강, 조강이라 부른다. 강을 사이로 김포와 개풍이 마주하고, 멀리 강화가 바라보인다.

 

 

 범포에 이르니 물에 짠 맛이 사라진다-범포는 지금의 임진각이다

 

조강의 동북쪽에 탄포가 있고 그 위쪽이 낙하인데, 연산조 갑자사화 때에 허암이 이곳에서 세상을 피해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 범포에 이르자 물맛이 짠 기가 가시기 시작하고 흐린 물도 점차 맑아지더니 임진탄 아래에 이르자 맑은 강이 되었다. 순풍을 만나 돛을 올렸다.”

 

▲ 8세기 장단부 지도에 표시된 아름다운 강촌 석기-리비료 건너편 용산리다.

 

한강에서 출발한 배가 임진강을 거슬러 오른다. 배는 어제 마포 옹점을 떠났다. 서강에서 조수가 물러가기를 기다렸다가 양화도를 지나 행주로 갔다. 행주에서 하루를 묵었다. 임진에 이르니 조수의 탁한 기운을 볼 수 없다. 물에서 짠 맛이 사라졌다. 비로소 강안에 바위 절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절벽 위로 화석정, 한벽정, 창랑정이 이어진다. 북안은 적운인데 사심의 옛집이 있다.

 

 

▲ 강을 거슬러 마전의 보루를 지난다.  당포성이 그곳이다

 

협곡의 입구에 들어서자 강가 절벽이 깎아지른 듯하고 물은 맑디맑았다. 날이 저물자 산기운이 더욱 깊어졌다. 석기에 이르자 강촌의 아름다운 마을이 나왔다. 앞에 옛 나루가 있고 그 위로 고랑도가 북쪽 절벽 아래에 있다. 8월에 장마가 그치고 물이 빠지면 바닷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어 배에서 숙식을 하면서 고기와 소금을 파는 시장을 열어 장사를 하였다.”

 

강을 오르는 사이 다시 날이 저물었다. 강촌의 아름다운 마을에서 또 하루를 묵는다. 다음 날 돛을 펼쳐 호로탄으로 올랐다. 배는 노자암 지나 앙암에 이른다.

 

강산의 경치가 내려올수록 더욱 아름다웠다. 강의 위쪽에 앙암이 있어 가장 기이한 절경을 이룬다. 앙암에는 바위 봉우리, 높은 절벽, 중연이 있는데, 그 연못 속에는 오래된 종이 하나 잠겨 있어 나라에 난리가 나면 울린다고 한다. 석포에서 이 남쪽 강안까지는 모두 흰 자갈이 깔려 있고 강안의 절벽은 모두 푸른빛이 감도는 바위들이다.”

 

▲ 북삼리 징파나루 허목은 여기에 배를 대고 걸어서 집으로 향한다

 

배는 마전의 보루를 지나 오강을 향한다. 여울이 얕다. 맞바람까지 분다. 배를 끌고서야 강을 오를 수 있었다. 호구협의 거센 물살을 거슬러 도가미에 닿았다. 한탄강이 들어오는 곳이다.

 

마탄을 지나면 기탄이 나오고 기탄을 지나면 유연이 나오며 유연 위가 유탄이다. 유탄에서 2, 3리 가면 휴류탄이 나오는데 그 위가 징파도다. () 강가에 기록할 만한 옛날 일들이 많이 있겠으나 물어볼 만한 곳이 없었다. 징파도부터는 배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왔다.”

 

1658년 무술년 6, 미수 허목은 한강에서 배를 타고 임진강을 거슬러 연천의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무술주행기를 써 그때를 기록한다. 서강, 행주, 교하, 탄포, 범포, 앙암, 도가미, 징파. 이런 길이 있었다. 360년 전이다. 강 마을은 여전할까? 옛일은 더 많아졌을 테지만 물어 볼 곳이 없다. ? 지금은 누구도 그 길을 가지 못한다. 수백 년 전 글이 가장 가깝게 임진강을 말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때 모습을 지금도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것.

 

 이재석 DMZ생태평화학교 교장

#1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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